2018212일 월요일, 해 떴다 흐리다 눈 뿌리다


날씨가 흐리면 커튼을 닫아두는 게 집안이 더 따뜻하다. 해가 나도 차가운 태양이란 이름에 알맞게 쉽게 햇살이 집안을 덥히지 못하니까.... 그때 집배원아저씨가 전화를 했다. 보스코의 제자 유리씨가 뭔가를 보냈는데 눈이 와서 배달을 못한단다, 우리동네는 언덕 위라서. “우리동넨 눈이 하나도 안 왔어요. 마천에만 많이 왔겠죠?” 그러고나서 커튼을 젖히니 온세상이 하얗다! 아침 10신데 큰길에도 차 한대 없고 바람에 눈보라만 허공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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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아저씨에게 전활해서 큰길이 녹거든 문정상회에 갖다 놓으라고, 내가 걸어내려가 물건을 찾아오겠다고 했더니만 그가 건네는 선언적 책임감이 내 고개를 끄떡이게 한다. "34년 우편배달 했습니다. 사모님이 걸어서 찾아가실 거라면 제가 갖고 걸어서라도 올라갑니다. , 눈온다고 그런 일로 꾀부리는 사람 아닙니다." 사실 요즘 시골에서 보면 곶감에 한과에 그 외에 숱한 농산물 택배로 집배원들의 노고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택배아저씨들은 택배를 가지러, 배달하러 하루에도 서너 번을 읍내와 멀리 떨어진 산골마을을 오르내려야 하니 식사도 못하고 박봉에 과로까지 겹쳐 사람이 할 일 못 된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그래도 시골인심이라 밥때에 오면 숟가락 하나 쥐어주며 식구들과 한술 뜨고 가라고 불러 앉히며 때 지나 식사를 못했다면 하다못해 라면이라도 끓여준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굶어가며 일하는 모습은 내 새끼나 놈의 새끼나 그냥 두고봐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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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왔다니 보스코가 언제나처럼 조용히 마당으로 내려간다. 하얀 눈 위에 하트를 발로 밟아 그리고서 그 안에 `나니`라고 낙서를 한다. 일흔일곱 소년의 삐툴빠툴한 사랑고백.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걸, 사랑받는 그 순간 보다 흐뭇한 건 없을 걸. 혼자선 알 수 없는 야릇한 기분,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좋은 말, 사랑해!“(김세환의 노래가 떠오른다).


그런데 조금 뒤에 보니 진이아빠 트럭이 심술맞게 뒷걸음으로 찌~익 우편소인을 치고 지나갔다! 속상해서 "우리사랑은 이제 깨졌어, 우린 끝이야!"하고 보스코에게 일렀다. 그는 웃으며 "남이 그은 줄은 안 쳐줘. 그러니까 그 하트는 아직 유효해." 눈위에 딩구는 애들처럼 둘이서 깔깔거렸다. 나중에 우리 미루에게 보여주니 "큐핏의 화살이 제대로 꽂혔구만요, 그것도 두개나 확실하게!" ‘아하, 그래서 학문 중에 해석학이 중요한 거구나.’


평창올림픽을 평가하는 보수꼴통과 보수언론들을 보면 정말 해석학이 중요하다. 현송월이 와도 욕하고 김여정이 와도 탈잡고 서현이 노래를 불러도 시비고 응원단이 가면을 써도 색깔논쟁을 일으키는 등 몇 달을 두고 얼쑤절쑤! 평창올림픽 망해라!”굿을 하는 야당의 작태는 가히 평창 훼방 올림픽메달감들이다!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두 시각 (한겨레와 경향신문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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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소담정 도메니카가 우리더러 식사를 하러 가자는데 눈도 오고 바람도 불어 집에서 떡국이나 먹자 했다. 한동네 살며 제일 많이 밥을 함께 먹었다. 함께 밥을 먹으면 자연스레 식구(食口)’가 되고 실생활에서 식구가 겪는 어려움에 서로 돕게 된다. 실제로 우린 프락티칼 센스가 탁월한 그니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산다.


오후에는 산청약초박물관 가까운 까페 `이팝`에서 미루를 만났다. 어제 그니가 사다 준 불가리 요구르트를 종균으로 해서 플레인 요구르트를 만들어 한 병 갖다줬다. 우편물을 보내러 유림에 간 길이었다. 무 두어 개, 요구르트 한 병에도 활짝 웃는 그니가 보고 싶었을까? 항상 우리끼리 나누는 말처럼 (어제 보고서)“우리 본 지 너무 오래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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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함박눈이 펑펑 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화계에 유일하게 성업 중인 붕어빵 가게엔 경찰아저씨가 서서 어깨에는 흰눈, 한 손에는 어묵꽂이, 다른 손엔 황금잉어가 들려있다. 나도 다가가 천원짜리 두 장을 내밀며 다섯 마리 주세요!’ 벌써 보스코가 화안하게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집에 돌아와 우리 세 마리 진이네 두 마리, 눈 오는 날 오후엔 붕어구이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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