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30일 화요일, 맑음


아랫집 도메니카가 오랜만에 상주에서 돌아왔다. 서울에 있으면 우리 지리산을 잘 지키고 있겠지 든든한데, 내가 돌아왔을 때 그니의 차고가 텅 비어있고 꾹 닫친 나무문을 보면 그니가 없다는 게 몹시 허전하다. 그렇다고 그녀와 매일 오가며 수다를 떠는 것도 아니면서.... 누군가 있을 자리에 없을 때 그게 늘 걸려 마음의 문턱을 쉽게 넘나들지 못하는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얼마 전 동네 할메 하나가 한참이나 안보였다. 전해오는 소식에 넘어져 뇌졸증이 왔는데 운동신경 계통이 망가졌는지 갑자기 손과 발을 움직이는데 불편해 하더란다. 우리 문정에서 제일 가까운 병원은 합양읍에 있는 종합병원. 의사 한 명이 서너 분야를 보는, 없던 병도 옮아올 수준의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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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말 인규씨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을 때 기브스를 해주고 시간만 지나면 낫는다했는데, 고열로 견디다 못해 찾아간 부산병원에서는 패혈증으로 촌각을 다툰다며 수술했다는 그런 곳이다


몇 해 전 우리 둘이 옻나무를 자르고나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는데, 원장이라는 늙은이가 수미터 전방에 앉아 우리 피부는 쳐다보지도 않고 옴이요!’라는 진단을 내리고, 좀 살펴보라고 했더니만 안 봐도 알아요라며 무작정 20일치 약을 처방해주던 병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동네 옆 한남보건소 간호사 선생님이 함양에서 젤로 유명한 의사라고 불린다.


그 한남보건소 용한 의사의 권유로 그 할메는 진주 경상대 병원엘 갔다 발견한 것이 머리의 뇌졸중보다 더 위중한 중병이었다. 숨이 차 헐떡이는 할메를 이상하게 본 의사가 찍어본 폐 엑스레이에 나온 진단이었다. 의사는 자식들에게 설명을 하고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도록했다. 우선 급한 대로 머리에 고인 피를 제거하자 손발은 움직였다. 할메는 다 나았다고 당장 퇴원하겠다는데, 폐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 자식들이 아예 말도 꺼내지도 않고 퇴원을 시켜 마을로 데려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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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도 그 나이에 수술과 방사선 치료에 매달리다 죽기보다는, 마을회관에서 동네 친구들과 떠날 때까지 어울리며 모르고 지내고 있는 저 모습이 나아보인다. 할메는 올봄 농사 계획으로 벌써부터 맘이 바쁘다


자연의 일부로서 봄에 푸르렀다가 여름의 강렬한 태양에 청춘을 태우고 자식 손주 키워내서 가을의 무르익음을 거쳐 초겨울 낙엽으로 져 앞산 서방님 곁에 편히 눕기까지 자기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할메들이다. 자연 속에 살다보면 생의 순리에 저절로 익힌다.


오늘이 도메니카 생일이고 낼이 보스코 영명축일이어서 함께 축하하기로 산청 한방박물관에 있는 식당에 가서 육회 비빔밥을 먹고 근방의 카페엘 갔다. 셋이서 차 두 잔을 시켰는데 사장님은 인심 좋게 세 잔을 내주면서 이곳이 얼마나 기가 쎈 좋은 땅인지 강의까지 해주었다. 손님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었으니 심심했을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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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마당엔 나무 위에 억지로 물을 뿌려 얼음 꽃을 만드는데 불쌍한 나무가 이 추위에 속수무책으로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평창올림픽도 눈도 적은 땅에 세계대회를 초치해 놓고 인공눈으로 썰매장을 만드느라 바쁜가 보다


더 안타까운 건 평양올림픽 망해라!’ 고사를 지내는 야당과 보수언론과 꼴통들의 심술이다. 자기들이 어렵사리 개최권을 따내고 남북팀 단일화를 초빙하던 사람들이, 정권이 넘어가고 개회선언을 할 사람이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바뀌자 저렇게나 심통을 부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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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의 어제 jtbc 인터뷰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청와대에서부터 지리산 문정리까지 제 정신 여자들의 건전한 양심을 들쑤셔 놓았으니 개검으로 살아온 검찰도 이젠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구나 손석희 앵커가 어제 오늘로 끝나지 않겠다고 시청자와 서검사에게 공언했으니, ‘세월호만큼, ‘태블릿 PC’만큼 파내서 세상을 바꾼 그 실력을 기대해 본다, 검찰 개혁도 한 번 멋지게 끌어가기를!


한겨레에서 퍼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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