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9일 월요일, 맑음 


노목사님이 여러 번 공지를 보냈다, 오늘 1140분에 실상사에서 지리산종교연대모임이 있다고, 신년인사도 나누고 상임대표셨던 오신부님이 서울로 가신 후 그 자리도 채우고 대표단도 구성해야겠다고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다. 새로 오신 성심원 수도원장님이 가톨릭대표를 승계하시겠지만 아마 당분간 분위기를 봐가며 사람들과 친해진 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야 자리를 채우는데 의미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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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재 언니가 새로오신 원장 신신부님과 성심원 원장수사님을 모시고 오셨고 우리가 다섯이니 다른 종단에 맞춰 적당한 숫자다. 이런 때마다 장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실상사가 있어 활발한 모임이 가능하기에 늘 고맙다. 오늘 식사는 콩밥과 떡국, 김치, 단무지, 고추 장아찌로 소박하기에 누구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찰의 넉넉함이 돋보인다. 보스코와 나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될 것 같아 나는 할 일이 있어 먼저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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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우체국으로 가서 서울 친구에게 보스코가 쓴 책을 보내고, 오도재를 넘었다. 날씨가 추워 혹시 설경이 남아있을까 고개를 넘었으나 지리산은 모처럼 따스해서 구름 속에 숨었고, 녹은 눈이 크리스탈로 치장한 몇 해 전의 장관을 꿈꾸었으나 눈은 흔적도 없이 구불구불 휘어진 길만 얼어 있어 자동차가 심하게 미끄러졌다.


고갯길 끝에 희정씨네 집이 있어 잠깐 들여다보고 가려했는데 외동딸 주원이가 방학이라 집에 와 있었다. 모처럼 만났는데 이 왕이모가 무엇을 해줄까 생각하다가 그 집 커다란 TV가 눈에 들어와 영화나 한 편 보자했다.'택시운전사'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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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감상한 영화 “1987”를 보기 전에 `택시운전사`를 먼저 보았더라면 좋았겠다. 80년대 초, 사제단이 성당마다 돌아가며 비밀리에 상영했던 광주의 진실’을 두고도, 광주는 저주받고 고립되어 있어선지 타 지역 사람들은 그들의 얘기를 듣기도 싫어했고 저런 영화를 보기도 거부했었다. 38년이 지난 이제 와서도 양심을 인두로 지진 무리는 "그때 그랬대? 그런데 이제 와서 자꾸 얘기해서 뭐하자고!" 반발한다.


80년대 중반에 국민이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성경에 나오는대로 참회의 표시로 삼베옷을 입고 머리에 재를 뿌렸더라면, 그때라도 전두환의 악행을 낱낱이 파 헤쳤더라면 `1987`은 없었을 것이다. 공수특전단을 풀어 광주시민을 학살한 자에게 권력을 몰아아준 군부에게 국방의 간성, 대한민국 장군들의 위대한 구국결단이라는 찬사를 바친 조선일보가 지금도 평창올림픽 망치기에 열을 올리고 홍준표의 입에서 온갖 독설과 저주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 정말 친일 보수는 뿌리가 깊다


영화를 보며 너무 울어서 두 눈이 빨개진 주원이를 보고 내 맘속으로 그니에게 일러준다,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해 두어라, 다시는 이 불행한 일들이 되돌아오지 않게!" 


읍내에 나가 팔꿈치 치료를 받으려 했으나 영화감상으로 시간을 보낸 터라 등기소, 군청,농업지도소,면사무소를 돌며 필요한 서류만 떼어 돌아 왔다.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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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jtbc뉴스에서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이라는 간부검사로부터 8년 전 당한 성추행을 두고 손석희 앵커와 생생한 인터뷰를 했다. 최고의 지성이고 막강한 권력이라는 검사도 여자라면 성추행을 당했어도 쉬쉬해야 하고 남자검사들은 당한 여자를 꽃뱀이라고 공격하는 대한민국! 그니는 이 인터뷰를 한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검찰개혁은 스스로 이루어지지 않고 부당한 일을 당한 이들의 내부로부터 일어나야 가능하다.” 


둘째, 가해자가 피해자에겐 사과도 없이 종교에 귀의하여 뻔뻔하게 종교활동을 한다!영화 밀양을 기억하는가? 죄없는 아이를 죽인 '묻지마 살인범'이 "나 하나님께 용서받았으니 다 끝났다"고  내뱉는 뻔뻔스러움을?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목사로 안수한 한국개신교의 치떨리는 작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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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이 당한 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일러주기 위함이다!” 이렇게나 용감한 여인이 있다니! 그녀에게 고맙다


미국보다 1년 늦었지만 대한민국에도 미투(Me-Too)’운동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어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여성 성폭력이 바로 잡혀야 한다. 그녀를 격렬하게 응원한다.이번 일로 그녀가 떠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이번엔 우리가 그녀를 지켜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