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4일 일요일,


온 종일! 웬 겨울비가 장마비처럼 쏟아진담? 세상에 쌓인 눈이 세상사 먼지로 까맣게 오염되자 깨끗이 헹궈서 치우듯 화이트크리스마스 대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전야다,


오늘 24일은 주일, 내일은 주님의 성탄 대축일’, 31일은 다시 주일, 11일 새해는 성 마리아 천주의 모친 대축일이렇게 연이틀씩의 대목을 맞아 우이성당 신부님은 지레 몸살이 났나보다. 아침 9시 어린이미사가 끝나고, 미사내내 실컷 까불다 놀다가도 성가만 나오면 악다구니를 쓰는 성악가가 나를 알아보고 꾸벅 성탄 인사를 한다, "메리크리스마스이브!" 그래도 뭔가 안다고 두 살 위의 누나가 "‘이브는 빼고." 라고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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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크리스마스이브를 지내려고, 성탄전야미사를 드리려 오후 7시까지 김선오 신부님이 원장으로 있는 영등포 대림동 살레시오 청소년센터로 갔다. 서울역을 지나 청파동으로 들어서는 남영동 굴다리 밑을 지날 적마다, ‘이 굴다리를 건너며 우리 신광여고 애들은 많이도 재잘 거렸는데 그때 곁을 걷던 동무들은 어디서 살아나 있을까?’ 궁금해진다.


청파동에서 성탄선물을 주고받느라 문섐에게 잠간 들렀다. 오늘 내린 비처럼 세상의 부당함을 아파하며 한참을 웅크리던 분이다. 그러다 작년 겨우내 토요일 밤마다 그 집의 온 식구가 나섰던 광화문 거리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비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리듯, 이 땅에 정의도 회복되어 공평하게 내려주길 얼마나 바라던 분들인가! 우리가 지리산에서 올라와 촛불집회에 나갈 적마다 그 가족과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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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섐의 가족은 참 별나다. 네 사람이 사랑으로 똘똘 뭉쳐 있어 웬만한 어려움쯤은 그 안에서 다 해결해 낼 것 같다. 어떤 이들이 가족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만나도 그분들이 들어주고 격려하고 함께 하노라면 웬만한 병원체는 스스로 겁먹고 물러설 것 같아서 생각만으로도 나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이상한가족이다.


요즘 정권이 바뀌고 적폐청산을 한다고 시늉해도 썩은 뿌리들이 잔뿌리까지 뽑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던 발걸음이 덜컹 돌뿌리에 걸리고 보건계와 의학계의 환부가 너무 깊어 문섐과 김원장님은 깊이 마음 아파한다. 대림동 수도원으로 성탄전야를 지내러 가는 길에도 두 사람의 심경이 마음에 걸려 강보에 싸여 말구유에 누운 아기에게 손을 흔들어줄 기분이 영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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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림동 원장신부님이 전야미사 강론에서 일러주셨다. 우리가 아기 예수를 만날 장소는 내게 편한 장소가 아닌 익숙하지 않고 고생스럽고 낯선 땅에 자신을 들이밀 때라고(호구조사에 응하느라 고향을 떠나 낯선 동네 마굿간에서 몸을 푸는), 양떼를 지키느라 밤을 새는 가난한 목자들이라고(부족한 것이 한없이 많고 하루하루가 힘겨운), 밤새 하늘을 우러러 별을 헤면서라고(별을 헤는 눈은 기도하는 마음이요 하늘의 뜻을 살피는 마음)!


권력과 재력과 쾌락을 손에 넣은 기득권자들은 하늘에서 빛이 두루 비쳐내려도, 천사들이 새 세상의 도래를 알려도, 동방에서 별을 보고 찾아왔다며 구세주의 탄생을 들려줘도 아랑곳 않거나 공수특전단을 풀어 구세주와 또래만 비슷해도, 새 세상을 입에 뻥끗만 해도 모조리 잡아 죽이려는 독기만 품다. 그래서 땅에서는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만평화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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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센터는 감호소로 가기 직전의 아이들이 ‘6호처분을 받고서 오는 시설인데 살레시안들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상처가 회복기를 맞는 곳이다. 성탄미사 후 오락시간에 노래와 춤으로 아기 예수오심을 찬송하면서 영혼을 회생시키고 맛있는 밤참으로 몸의 건강을 챙기는 모습이 눈물겹게 반갑다. 살레시안들과 더불어 걔들을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협력자들, 밤낮없이 그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의 수고와 사랑이 한눈에 보여 커다란 열매로 보답 받기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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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나고 서울역과 시청앞, 광화문을 지나오는 길이 인적이 없어 전혀 성탄전야 같질 않았다. 온가족이 연말을 지내러 알프스로 간 큰아들네와 카톡으로 성탄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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