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31일 화요일, 맑음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에 쓸쓸했던 표정 그대의 진실인가요?...  (아이유, “잊혀진 계절)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이 가슴을 휘젓고 날아가 버리는 저녁시간, 이 나이에도 해마다 이날이면 아이유의 잊혀진 계절을 듣고,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실어 나른다. 비록 멀리 있어도 같은 음악 속에 젖어 공감의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엊저녁 명동의 가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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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가 보낸 알프스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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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란 말은 이상한 마력을 지닌다. ‘마지막 키스’(베사메무쵸), ‘막차’, ‘마지막 한 잔’... 그래서 라스베가스에서 있는 돈 다 털리고 빈털털이로 기차역을 향하는 노름꾼들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네온사인 "마지막 챤스"라는 도박장! 하지만 마지막 기회 역시 사기여서 주머니에 짤랑거리던 마지막 동전 한 닢까지 털려야 떠날 수 있는 도박의 거리.


어쩌면 우리가 한 사랑도, 미련의 마지막 장을 접고서야 떠날 수 있는 남녀관계도 매우 흡사한 듯하다. 이젠 달랑 두 장만 남기고 10월 달력을 뜯어내자니 뭔가 스산한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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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뭔가 자꾸 없어진다고 투털댔는데 어제 오늘 정체 없는 물건이 생긴다. 나는 마요네즈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데 느닷없이 누가 마요네즈를 택배로 두개나 보냈다. 미국 CIA? 아니면 소련 KGB? 아니면 10 몇 년 전부터 보스코가 시청앞 광장 등에서 범죄 집단이라고 서슴없이 불러온 국정원이 보냈나? 마요네즈에 독극물을 넣어 블랙리스트인사들을 제거하는, 암호명 '샐러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중일까?  (문제의 택배는 희정씨 것으로 밝혀졌다. 내 제주 여행을 예약해주다 보니 자기 주소를 내것으로 올렸더란다.)


, 국정원 저 악당들을 도대체 어떻게 할까? 누군가 SNS에 글을 올려 제발 이번만은 12월말까지 통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이명박그네 국정농단에 연루된 범죄자들처럼 뻔뻔한 사람들은 필리핀 두아르케가 하듯이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무시무시한 말로 사람들을 웃기던데 신앙인인 내 마음에도 저런 혐오감이 만만치 않음을 절감한다. 내 남편 보스코가 항간에 '간첩제조소'라 불리던 국정원 남산 지하실에서 한 달을 시달린 기억 때문일까?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요, 인간의 판단이 절대적이지 못하기에 결국은 하느님 심판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가끔은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기도 한다. 보스코가 인용하는 최고의 정의는 최고의 불의다’(summum ius summa iniuria)라는 로마 속담대로.


없어진 은젓가락 한 짝 때문에 부엌을 홀랑 뒤집고, 그 덕분에 정리와 청소도 말끔히 했는데, 오늘 엄엘리가 입었던 앞치마를 빨려다 앞주머니에서 문제의 젓가락을 찾았다. 밥상에 수저를 놓다가 자기 앞치마 주머니에 떨구었나 보다. 애꿎은 젓가락한테 원망을 했지만 덕분에 부엌을 깨끗이 청소하고 정리했으니 고맙다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최순실 게이트에서부터 들통나는 국정농단으로 국정원, 검찰, 매춘언론들이 그동안 온갖 못된 짓만 골라서 했던 범죄도 국민과 현정권이 깨끗이 청소할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재판정과 검찰에 출두하는 국정농단자들의 얼굴에서 꼭 이 표정이 보인다(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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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사진)크기변환_2017022102319_2.jpg


그들이 땅들을 제 이름 지어 불렀어도 무덤은 그들의 영원한 집... 인간은 영화 속에 오래가지 못하나니 죽고 마는 짐승과 비슷하니라. 그들은 양들처럼 지옥에 갇히어 죽음이 그들을 먹이고 다스리며 어느덧 그 모습은 사라져 버려 지옥이 그들 집이 될 것이니라.” 성무일도에서 간간이 마주하는 시편(49)인데 영화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킨다. 오늘도 저녁기도를 드리며 지금 시국에서 지옥을 체험하고 있을 많은 인사들을 생각했다.


이 해도 저물어가고 찬란한 태양도 기울어가는 시간, 인간이란 저처럼 유한하면서도 무한한 재산과 무소불위의 권력과 영원한 이승을 꿈꾸다니... 저런 꿈은 하느님만으로, 영원한 생명으로만 채워지는데...


'게으른 농부는 밭고랑만 세고 게으른 선비는 책장만 센다'는 속담이 있다. 오늘 저녁처럼 일기가 쓰기 싫어지면 보스코와 약속한 '딱 10년!'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내 블로그에 오르는 숫자로 보면 낼모레(11월 3일 금)면 3000 꼭지째니 격려차 뭔가 자축이라도 해야 할까부다. 가을이 짙었으니 패친들과 북한산 세이천 골짜기로 단풍구경이라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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