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일 화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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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원의 아침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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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힘들다고, 발달장애아를 키우는데 14. 지적 나이는 1~2세인데 말로 소통을 못하고 같은 놀이만 계속하다 보니 자폐아 2급이라는 진단이 나왔단다. 덩치는 커가는데 하는 짓은 갓난아이니 엄마가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단다. 아이에게는 언니 둘이 있어 전에는 잘 도와주었는데 각기 결혼을 하고 자기 삶이 바빠지니 갈수록 소홀해지더란다. 그 딸애가 아가였을 때 청색증이 걸렸는데 그때 치료과정에서 체내에 산소가 부족하여 뇌손상이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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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도 임신 막달에 끓는 물 한 솥을 들고 가다가 배에 쏟아 그게 원인이 되어 태아 두뇌의 산소부족으로 지진아를 나아 힘겹게 살아야 했다. 더구나 남자아이였고 18세가 지나자 체중이 80kg 넘는 거구로 왜소한 엄마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자식이고 자신의 실수로 그렇게 되었다는 죄책감에 어디를 가든지 그 아이를 데리고 다녔고, 그 애를 만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이해하는 친구들이라 자기 아이처럼 돌봐주었다.


젊은 여자(물론 50)가 왜 저리 모든 곳이 아플까 의아했는데, 아픈 아이를 둔 엄마들은 그 아이보다 늘 더 아픈 법. 자기 바램은 오직 하나, 모든 장애아들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자기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사는 거란다그러나 작은언니보다 무려 열다섯 살이나 적은, 더구나 나이 들어 난 아이이기에, 저 아이가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안 가면 언니들이 과연 보살펴줄까?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 돌봐줄까? 늘 그게 걱정이란다.


노란 산국과 하얀 미나리 꽃이 핀 들길을 거닐며 우리에게 보이는 세상은 이리도 아름다운데, 왜 우리에겐 이런 어두운 아픔이 가득한가? 눈물도 말라버린 가여운 그녀의 눈길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푸른 하늘에 흰구름 따라 흐른다. ‘자유롭고 싶다’, ‘그 모든 악몽에서 놓여나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하던 그니에게 이번의 ''이 꼭 필요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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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둘레길 걷기를 마친 일행은 자동차로 성심원으로 돌아왔는데 호기로운 다섯 아줌마가 날저물어가는 둘레길을 더 걷겠다고 나섰다. 저문 길에 둘레길 표지판을 무시하고 강가로 난 길을 갔다. 두어 명은 지도에 난 길을 따라가야 한다 했지만, 기찬 아줌마 하나의 "나를 따르라!"에 뒤따라가다 보니 길은 없어지고 퇴비공장 정문이 나타났다. 적어도 1km는 되 돌아가야 하고, 날은 어두워지고, 다리도 아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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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고대표의 전화가 왔다. ‘어디들 있느냐, 차로 데리러 가겠다고. 그러라고 전화를 끊자 예의 그 기찬 아줌마가 다시 전화해서 오지 말라고, 우리가 알아서 가겠다고 우기던 중에 가브리엘 천사처럼 우리 앞에 짠! 하고 나타난 고대표! 네 아줌마는 안도의 숨을 쉬고 얼씨구나 그 차를 탔지만 그 아줌마만은 당신들 아니면 나 혼자 알아서 글라라의 집까지 갔을 텐데하는 얼굴이었다.


오늘은 내리마을에서 웅석봉 아래 계곡으로 들어가 선녀탕을 돌아 성심원까지 오는 10여km를 걸었다. 여행을 하거나 이런 모임을 가지면 늘 주최측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한둘 있는 법. 가을이라 알밤에 넋이 나간 다람쥐 아줌마라든가, ‘나의 길을 가련다는 사람 하나하나 뜻을 맞추며 힐링캠프를 이끌어가는 미루가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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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이틀 먼저 떠나고 나머지는 오후에 동의보감촌관람을 갔고 우리는 할 일이 있어 숙소에 머물렀다. 저녁에 절식후의 보식을 설명하는데 오늘 절식이 끝나면 떡과 빵에다 버터에 커피를 실컷 먹으려던 보스코의 실망스러운 모습이라니!


우리는 헤어지기 전 서로의 소감을 나누었는데 각자가 자신만의 깊은 아픔을 갖고 있었다. 얘기를 들으며 자비로우신 하느님이 각자가 견디어 낼 만큼의 아픔만 주셨기를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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