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8일 화요일, 흐리고 소나기 오다 맑아짐


12시에 돌아와 일기를 쓰니 3시가 넘어 잠들고 8시가 넘어야 눈을 뜬다. 그 시간에도 옆방 세 처녀는 귀가를 안했다. 낮에는 걸어 다니며 구경하랴, 밤에는 정리하여 일기 쓰랴 밤낮없이 주인 잘못 만난 몸이 여간 고생한다.


오늘이 스페인에서 마지막 날이니 바르셀로나 바다도 보고 시민공원 하나쯤은 돌아봐야겠다고 집을 나선 시각이 1230. 집을 나서며 보니 한참 더울 시각인데도 선선하고 바람까지 분다. 하늘은 잔뜩 흐렸고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어 걱정스럽긴 했어도 그냥 해변으로 가는 D20번 버스를 탔다. 차에 오른 사람들 특히 젊은이라면 대부분 바다 가는 차림인데 해변(Platja de Barcellona)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며 보니 집채 만한 파도가 모래사장을 당겼다 밀었다 놀이를 하는 중이다. 웬만한 사람은 차마 포세이돈의 기세에 물에 들어서기를 멈칫거릴 텐데. 젊은이 몇은 호기있게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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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가면 수영을 하겠다고 수영복을 챙겨달라던 보스코에게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으니 참으라 했는데, 과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 지중해의 작렬하는 태양아래 땅딸막하고 멋진 배불뚝 몸매를 자랑할 기회를 놓친 보스코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내로 돌아왔다. 보스코는 빗속이니 택시를 타자는 걸 나는 ‘5일짜리 교통권을 끊은 터이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버티니까 양산 밑을 걸어가면서도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더니 행인들 거의가 비를 흠뻑 맞은 채임을 보고는 얼굴을 편다. 고생을 해도 모두가 함께 하면 위안이 되나보다.


2시에 피카소 박물관’(Museu Picasso)에 도착하니 여전히 인산인해다. 사실 바르셀로나 중심가 전부에 거대한 관광객의 홍수가 흐르고 있다. 피카소(1881-1973)의 그림이 비싸고 대단해서 우리까지 줄서서 그의 그림을 보러 들어간다는 사실 빼놓고는 보스코도 나도 그의 예술성을 아는 바가 별로 없다어려서 미술 과목에 (수우미양가에서) ‘()’(그것도 담당선생님의 동정심으로) 맞은 남편의 판단에는 피카소는 구상화를 못 그려 추상화를 그렸으려니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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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편의 아내답게 내 눈에도 피카소 작품은 우리 시우 수준에도 못 미치는 듯하고, 거기 걸린 그림을 공짜로 준다 해도 집에 걸어놓을 성 싶지 않다. 벨라케즈 그림을 재해석했다는 연작품이 가장 인기 있어 보이지만 보스코에게는 피카소가 공산당원이었다는 점에서 콜럼부스를 풍자한 두 그림이 돋보였다.


엘보른(El Born)300년전 시장터도 둘러보고, 시립공원(Parc de Ciutadella)도 방문하고 개선문’(Arc del Triomf)도 다리품을 팔면서 구경을 하였다. 다시 버스와 버스를 갈아타면서 구웰 공원’(Parc Guell)에 갔다. 어제 예매해둔 표 때문이다. 저녁 730분 입장표인데 1분도 안 당겨 주어 야박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저렇게 밀려오는 관광객에 질려 제발 좀 그만 왔으면 하는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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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시장에도 소매치기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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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세비오 구엘이라는 자가 바르셀로나의 카르멜산의 큰 부지를 사서 공원도시 구성을 가우디에게 맡기며 디즈리랜드 아닌 정원조각도시가 되었다지만 완성을 보지는 못했단다. 다양한 색상의 타일조각들과 가우디 특유의 곡선들이 문화재를 이루어 관광객을 끄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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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조화를 찾아 달팽이 도마뱀 코끼리, 꽃과 나무와 버섯 등 모든 것이 어울려 신나게 한판 놀이를 벌이고 있다. 어떤 것도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어 창조주의 솜씨를 그대로 발휘하고 있다. 대광장을 떠받치는 86개 기둥 마저 삐뚤삐툴, 똑바로 선 게 하나도 없다. 초등학교 입학식날  운동장에서 첫 번 조회를 하는 1학년 어린이들 모양새다


가우디가 다닌 건축학교 교장이 "우리가 미치광이이거나 천재인 이 사람에게 학위를 주었는데 그가 천재인지 미치광인지는 시간이 정할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보스코와 나마저 지난 닷새를 두고 이 미치광이 천재에게 함께 미쳐 돌아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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