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5일 토요일, 맑음


새벽 3시에 들어온 옆방 독일 처녀 3명과 주인집 남매는 우리가 일어난 시각 8시는 한밤중이다. ‘에어B&B’이지만 아침식사 제공은 없단다.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어제 사다놓은 것으로 요기를 하고나니 아침으로는 충분하다. 빵으로 점심 준비를 하고 물을 챙겨 10시경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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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단이 났다. 조짐은 있었다. 며칠 전 친구집이 있는 스위스 북단 라인폭포를 구경하던 참에 저 동굴 기막힌데 왜 안 보구 그냥 가슈?’라는 낯선 남자 말에 그래요?’라며 동굴로 들어갔는데 보스코가 재빨리 끼어들어 그자의 손짓을 막았다. 한 여자가 뒤에서 사람들 시선을 차단하고 그녀석이 내 가방 지퍼를 열어 재낀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제 바르셀로나 플라자 스파냐에서! 공항버스에서 내려 하숙집주인이 일러준 대로 지하철3호선을 타러 내려가는데, 청년 둘이 가방이 무거워 보이니 돕겠다고 손을 뻗친다. 나를 어느새 네 명이 에워싸고 있다. “노우!”라고 내가 소리를 버럭 질렀더니만 양손을 올려들고는 뿔뿔이 흩어져 달아난다. 어느 새 내가 등에 맨 가방을 열었던가 본데 멀리 사라지면서 한 녀석이 공항에서 받은 관광안내지도를 흔들어 보이며 당신 소리 지르는 바람에 이것밖에 못 건졌잖아?”하듯이 싱긋 웃는다.


여권 잃고 지갑 잃고 돈 잃고 신고하러온 관광객이 줄지어선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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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열자 막대기 사방으로 휘둘러도 걸릴 게 없는 여자’(보스코 대사시절 요리사 아줌마가 내게 붙인 별명) 전순란도 삼세판 내리 이기기는 쉽지 않나보다! 전철을 타러 내려가 개찰구를 막 지났는데 어떤 사내가 내 뒤에서 당신 남편 옷에 뭐가 묻었다며 따라 붙는다. 보스코의 모자 윗옷 바지에 초콜릿우유가 질펀하게 뿌려졌고 내 옷에도 튀겨 있었다. 어떤 여자가 재빨리 유모차를 들이밀어 우리 둘의 앞길을 막고서는 미안해요. 우리애기가 토해서요.’라면서 친절하게도 휴지를 뽑아준다. 아차 하는 그 순간이 고비였다. 내 승질대로 보스코의 옷을 닦아주다 뭔가 이상하다?’ 하며 옆으로 둘렀던 숄더백을 보니 벌써 쟈크가 열려 있다! 그새 보스코와 내 옷을 닦아주던 그 남자와 유모차의 여자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다, 내 숄더백 맨위에 올려둔 보스코의 지갑과 함께!


역무원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보스코와 함께 달려다니며 그 둘을 찾는데 어디에도 자취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역무원이 가리키는 경찰서로 도난신고를 하러갔다. 세상에, 경찰서 민원실에는 아침 1030분경의 시각에 30여명의 관광객들이 도난신고를 하러 줄지어 서 있었다! 핸드백에서 여권을 날치기 당한 사람, 핸드폰과 가방을 통째로 털린 사람, 심지어 테라스로 도둑이 침범해서 돈 될 것만 깔끔히 도둑맞은 투숙객들도 있었다. 무려 4시간을 기다려 도난신고접수서를 발급해 주었다. 아아, 바르셀로나가 언제 도둑천국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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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가 넘어 저 유명한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엘 왔더니만, 입장권 표가 떨어졌다나! 인터넷 예매만 하고 표가 남으면 창구에서도 표를 파는데 오늘표는 다 떨어졌단다. 기가 막혀 큰아들에게 인터넷 예약을 부탁하기로 하고서 가까운 산파우’(Sant Pau) 박물관이나 찾아가보자고 사그라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소매치기의 범죄에 관해서 보스코에게 즉석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는 사복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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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제4! 내 뒤를 따라 개찰구를 들어서던 보스코가 뽈리찌아(경찰)!’를 소리높이 외친다. 핸드폰이 든 오른편 주머니에 들어온 손을 잽싸게 잡아 쥐고서는 그자와 팔짱을 끼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10초도 못 되어 사복경찰이 달려와 그자의 목덜미를 끌어 진압하고 동료 경찰이 달려오자 그에게 인계하면서 나와 보스코를 안심시킨다.


황소 뒷걸음질 하다 개구리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지만 굼벵이처럼 느리고 요령이 완벽하게 부득이한 우리 보스코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소매치기를 잡다니! 조서를 쓰는 경찰과 통성명을 하고나니 자기도 살레시오 졸업생이라면서 국제동문이라고 서로 좋아하고 우리를 용감한 시민이라 칭찬마저 한다. 하지만, 보스코에게 손목을 잡히고도 뿌리치고 달아나지 못하여 맥없이 경찰에 넘겨진 그 루마니아인 청년이 불쌍하니 제발 너무 가혹하게 다루진 말리고 신신당부해야 했다.  우리 둘은 산파우까지 걸어서 구경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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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라도 가우디 성당을 둘러보려고 돌아와 지하성당에서 거행되는 특전미사를 드리면서 하느님의 건축가라는 명성에다 시복(諡福)절차에도 들어간 가우디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람블라가도를 거닐고 돌아오니 자정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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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가시관을 크게 강조한 지하성당 십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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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잘못했어요, 흑흑흑'을 형상화한 듯한 지하성당 중앙제대 성가정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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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성당 저녁미사 참여교우 90%가 백발노인들. 교회가 너무 늙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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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무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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