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25일 목요일, 흐림


보스코의 친구 행두씨가 댓글에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 정도라 다행이다. 보스코가 성히 돌아오길 바란다는 구절을 넣었다. “지난번 결혼식에서 만난 친구가 쓰러졌는데 6일 만에 깨어났다.”고도 쓰고. 그 글을 읽는 순간 내 머리가 하얗게 새면서 로마로 급히 카톡을 날렸다. "여보, 당신 교통사고 당했어요?" 


요즘 보스코는 아침마다 성녀모니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단다

크기변환_1495601831805.jpg 


크기변환_1495689203312.jpg  


보스코는 역시 훌륭한 번역자답게 친구의 댓글을 통역해 준다, 지난번 용인에서 내 차가 박힌 얘기 아니겠느냐고. 그제야 이해가 갔다. 차 수리를 맡겼다가 도장까지 끝내고 바로 오늘 찾아온 길이다. 우리 소나타는 11년을 탔고 26만 킬로를 달렸는데도 뒷범퍼를 바꾸고 나니 새 차 같다. 앞으로도 티코만큼 쪼그라들 때까지 드리받고 들이받히겠지, 운전기사가 누군데(이탈리아에서 '붕붕아줌마' Signora BumBum이라는 별명이 붙었었지).


엊저녁 다급해져 보스코에게 전화를 거듭했는데도 받지를 않자 온갖 불길한 상상과 걱정을 다 하면서 역시 남편은 내 눈길이 미치는 시야에 두고서 감시하고, 내 잔소리가 들리는 거리에 두고서 감독하는 게 내 정신건강에도 좋겠다는 결론이다. 앞으로 어지간해서는 이 결론을 포기 안 하겠다. 


크기변환_1495718579565.jpg


일주일 전 쓰러졌다가 오늘에야 일어난 친구가 누굴까? 걱정돼어 보스코 대자에게 전활 하였다. 그 자리에서 즉시 병원으로 실려 갔고, 심장이 완전히 멈추기도 했는데 병원 안이어서 즉시 인공호흡으로 뇌손상 없이 깨어났단다. "오늘 깨어나서 술도 먹었어요?" “술은 웬 술요? 아니, 아니 밥이요." 그의 어리벙벙한 답변으로 미루어 평소에 술을 밥먹듯이 했을 것 같지만 술을 밥처럼 먹더라도 제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빈다. 


우리 오빠 꼴보야 내 혈육이니까 어쩔수없이 참고 보지만, 보스코의 친구라면서 꼴보 행진을 멈추지 않는 그는 참 견디기 힘들어 패절까지 했었다. 그런데 만약 그 친구가 쓰러졌더라면 어쩔뻔 했나, 하느님 앞에서 화해도 안 한 채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마음을 다져 먹고 그에게 전화를 한거고. 그의 반가워하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 내렸다. 우리 나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만큼, 평소에 엉킨 매듭은 그때그때 풀면서 살아야 한다


그 친구는 친구를 보살피는 혼겁한 지경에도 로마에 있는 대부님께 연락해서 친구 얘기를 했고, 보스코가 자기더러 가서 대세를 주라고 하더란다. 쓰러진 친구의 영혼을 생각했다면 꼴보라도 악당은 아니다.


김희중 대주교님 TV회견 

크기변환_1495704244981.jpg 


크기변환_20170525_114232.jpg


살레시오에 성인신부님이 한분 계시다. 미국인이다. 모든 사람을 천사처럼 대하신다. 그런데 지난 선거에 트럼프를 지지했고 그의 당선을 진심으로 반겼다. 하도 어처구니 없어 까닭을 물으니 트럼프는 생명을 중시하여 낙태를 반대했고 창조질서를 지켜 동성애에 반대하기 때문이란다. 아랍 세계 전부를 전쟁판으로 몰아넣어 수백만을 죽여도, 자연을 파괴하여 창조 질서 자체를 날려버려도,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은 착하다? 내가 극좌도 조금은싫어하지만 극우는 많이많이싫어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미루가 퍼올린 트럼프의 교황 방문 사진을 보니 악당은 싱글벙글 좋아 죽겠다는데 우리 교황님 얼굴은 완전히 뭐 밟은 표정이다. 아이들, 가난한이들을 바라보고 대하시는 교황님 평소 사진은 환하고 온화하고 인자하신 모습인데 한다하는 거물들과 차렸 자세로 찍은 교황님 사진들은 하나같이 어색하다.(나 이놈 정말 싫어! 하느님 어떻게 좀 해 보세요.???)


어쩌면 이리도 어색한지... 

크기변환_1495675737744.jpg


크기변환_1495675729821.jpg


보스코는 나더러 자기 없는 동안에라도 많이 쉬란다. 그러나 언감생심,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겨울옷을 다 빨아 말려 3층 다락에 올려다 놓고, 아래층 총각이 나몰라라 하는 청소를 구석구석 해내고, 떨어진 옷과 양말을 꿰매고, 고장난 진공청소기 고쳐오고... 두 식구가 살아도 할 일은 끝이 없고 여자는 혼자 있어도 일손이 안 멈춘다.


아아, 또 한 가지 연습도 해둬야지. 보스코가 공항을 나오며 김무성처럼 큰가방을 나한테 휙~ 하고 밀어던지면 급히 달려가 정확히 받아안게... 아니, 아니다. 보스코가 던지는 가방을 정확하게 되던져 기차게 그에게 골인시키는 묘기대행진을 연습해 둬야지...


서울집 마당의 소박한 아름다움

크기변환_1495718602201.jpg


크기변환_1495718605442.jpg


크기변환_149571860817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