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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산책

프랜시스 충격
  • 성염
  • 2016.08.12

  아르헨티나에 이민 온 철도노동자 집안 출신 성직자가 13억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뽑히자 교황청이 전에 없던 호기심과 시선을 끄는데 국제 언론은 이 현상을 ‘프랜시스 충격’이라고 일컫는다. 평소 로마교황의 가르침이라면 “차카게 살자!”라는, 하나 마나 한 소리처럼 들리는 터에, 프란치스코 교황 얼굴이 첫해부터 미국 「타임」지를 비롯한 수많은 잡지 표지에 ‘올해의 인물’로 나타나고 역사상 처음으로 어느 한 인물만 다루는 주간지(Il mio Papa)가 나오자 눈을 둥그렇게 뜨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살인경제’를 경고, ‘하나뿐인 지구’를 호소

  제일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억 신도의 가톨릭 교회를 끌고 나갈 기조정책을 담은 「복음의 기쁨」(2013.11.24.)이라는 문서에서, 세계 금융시장과 대기업들과 다국적기업들을 이미 장악한 ‘신자유주의’ 경제를 ‘살인경제’라고 정식으로 지칭하는 충격을 던졌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처럼, 오늘날 우리는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한 경제는 사람을 죽일 뿐입니다.” (문서 53항) 자유주의 경제학의 복음인 ‘낙수 효과’ 이론을 “사실로 전혀 확인되지 않았고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이들의 선의와, 지배적인 경제 제도의 신성시된 운용 방식을 무턱대고 순진하게 믿는 것”(54항)이라고 코웃음 쳤다.

  한국만 해도 대기업들의 계열사 숫자가 지난 8년간 거의 두 배로 늘어났고 어느새 3만 개가 넘는 대기업 ‘편의점’들이 서민들의 ‘구멍가게’들을 잠식해가는 현실로 미루어, “술을 부으면 부을수록 컵이 커지기만 할 뿐 한 방울도 서민에게 흘리지 않는다”는 교황의 지적이 그럴 듯하다. 그럼에도 교황 문서가 나온 지 사흘도 안 되어 미국 언론인(Rush Limbaugh)이 교황을 ‘순 빨갱이(pure Marxist)’라고 지칭하였다.

  두 번째 충격은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주일예배와 헌금과 처자식 위하는 기도만으로도 천당은 ‘떼놓은 당상’으로 여기는 중산층 가톨릭 신자들더러 “여러분은 ‘웰빙’ 차원에서나 성당 오는, 실상은 돈을 섬기는 우상숭배자들 아닌가요?”라는 돌직구를 날린 일이다. “우리는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고대의 금송아지에 대한 숭배가 경제 독재라는 새롭고도 무자비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55항). 그러자 작년 9월 미국을 방문하던 교황에게 가톨릭 신자(Judge Napolitano)로부터 ‘거짓 예언자’라는 돌직구가 날아왔다. “교황의 관심사가 성스러운 것보다는 세속적인 데 더 있고, 무신론 좌파들의 정치주장을 돕는다”는 이유였다.

  미국과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들’이 ‘정의의 십자군’을 자처하며 아랍세계를 상대로, 금세기만도 100만여 명의 아랍인 장정을 죽이고, 100만여 명의 아랍 여자를 과부로 만들고, 500만의 아랍 어린이들을 고아로 만들고, 지구상에 4,000만의 난민들을 기아와 절망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도 그 피눈물 위에서 자기들이 누리는 풍요를 하늘에 감사드리노라는 근본주의 크리스천들의 본심을 ‘까발린’ 까닭이리라.

 
세계대전의 경고, ‘거짓 예언’으로 그쳐야

  세 번째로, 작년 여름, 지상의 생명체들을 멸종시키지 말고 ‘하나뿐인 지구’라는 ‘공동주택’에서 함께 살아남자고 호소하는 문서(「찬미 받으소서」)를 내놓자마자 미국 폭스뉴스가 우익인사(Greg Gutfeld)를 시켜 교황을 ‘지구상의 가장 위험한 인물’로 호칭했다. 올여름 한 달 넘게 지속된 전대미문의 한반도 폭염만으로도 지구상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음이 확실한데 말이다.

  그리고 네 번째 충격! 야금야금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됐소!”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 그것도 하필 2014년 8월 18일 서울을 떠나 로마로 돌아가던 비행기에서 그 발언이 처음 나왔고 그 후로도 무려 여섯 번이나 반복하면서 인류에게 심각한 경고를 거듭하는 중이다.

  미국에 애걸복걸하여 남한에 사드를 들여오는 현 정권은 미·중 갈등으로 한반도가 ‘진주만 사태’라도 당하면 자기네만 고스란히 맞아줄 피난처라도 마련해 두었을까  (가톨릭 신자라면 ‘파티마의 제3 비밀’이라는 더 으스스한 공포도 있지만) 필자는 한 가지를 기억한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이 두 번째로 이라크를 침공하던 날, “다음 차례는 북한!”이라던 영국수상 토니 블레어의 연설을! 이스라엘 하나를 편들어 아랍세계 전체를 폐허로 만든 다음엔 한반도를 불바다로 만들 계획이라는 미·영의 예고에 이번만은 제발 교황이 예언한 ‘3차 대전’이 ‘거짓 예언’으로 그쳐주기를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