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21일 금요일, 맑음


부인! 부인은 행운의 여신의 날개를 타고 오셨습니다.” 오늘 밤 10시 넘어 호텔 지배인이 로비에 있는 우리를 찾아와 벌인 소란스러운 탄성에 하로 종일 혼이 나가 있던 친구 문선생이 뭔 소린가 하고 날 쳐다본다. “무슨 말씀이에요, 지금 이 마당에?” 지배인의 전언! “어제 부인께서 잃은 물건이 잠시 뒤에는 돌아옵니다.” 문선생의 더 커지는 두 눈! “그게 뭔 말이래요? 어떻게 그런 일이?” 지배인의 의기양양“제가 요술을 좀 부렸죠.” 


문선생이 서울에서 밀라노 공항에 오후에 도착해서 어제 밤 호텔로 오는 택시 안에다 핸드폰을 흘리고 와서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던 일이 기적 같이 풀렸다! 이탈리아에는 자전거도둑도 많지만 기적도 많다! 잃었던 핸드폰이 돌아온 것이다, 먼 이국 땅에서!


문선생도 어제 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지배인에게 핸드폰 분실 사실을 알리고 택시회사에 수배를 요청하였는데 밀라노에는 다섯 개 택시회사와 만여 대의 택시가 있습니다. 그 중 어떤 택시인지 찾는 건 검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힘듭니다.”라는 답을 들었다.  나도 아침에 카톡을 날려 지배인더러 택시회사에 연락해보라고, 택시에 두고온 핸드폰 찾을 확률이 0.0001%라 하더라도 시도는 해보라고 얘기를 했었고. 지배인은 착실하게 택시회사마다 전화를 해서 분실물신고를 하고서 선처를 부탁하더란다. 그 덕분에 어젯밤 10시에 잃어버린 아이폰을 24시간 만에 전해 받았다, 이탈리아의 기적이다!


핸드폰 분실과 문선생의 의기소침을 듣고 오늘 오후 관자테까지 달려가(150km), 사목 중인 빵고 신부를 싣고 밀라노로 갔고(50km), 문선생 부부랑 중앙역까지 나가서 아이폰6’을 샀고, 밀라노역 파출소에 가서 핸드폰 분실신고를 하고, 호텔에 돌아와서 빵고가 새로 산 핸드폰에 프로그램을 까느라 밤늦게까지 고생을 하고서 동기화를 마악 끝낸 참에 지배인이 기적을 알린 것이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지옥편]    000-IMG_049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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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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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편]     000-IMG_05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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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일어났는데 기적 치고는 시간차가 좀 있었다. 그리고 참 인간적으로 일어났다! 잃어버린 폰에는 문선생 개인정보가 모조리 들어 있어 거의 맨붕 상태에서 밤새 번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데 그 물건이 24시간 후에 돌아온 것은 분명히 기적이다! 그리고 핸드폰 지갑 속에서 사라진 50유로 한 장은 전날 밤 10시에 승객이 잃어버린 물건을 들고 동양인 승객이 내린 호텔로 다시 찾아다 전해주기까지 택시기사가 거의 24시간을 두고 고민했다는 증거여서 너무도 인간적인 기적이다.


나와 빵고, 문선생과 김원장 넷이서 핸드폰을 사러 대형 매장을 여기저기 돌다가 밀라노 중앙역 파출소 분실센터를 찾아갔다. 중앙역에 아예 도난신고 센터를 설치할 만큼 사고가 많고, 신고 되는 물품 대부분이 핸드폰이란다. 우리 바로 앞은 동유럽 처녀들인데 영어도 이탈리아어도 한 마디를 못해서 자기나라말로 신고서를 입력하고 그것을 구글로 번역한다니 저 게으른 이탈리아경찰은 그 글로소설을 쓸 게 틀림없다. 맞는 단어는 오직 한 마디이리라. "나 핸드폰 도둑 맞았다!" ("정말 열난다!")


자기의 신상정보를 모조리 넣은 핸드폰을 잃고서 단테 알레기에리를 따라 하루 밤 하루 나절을 '지옥'으로 순례한 문선생, 오늘 오후에는 그래도 내가 아들을 데리고 달려와 통역을 하고 핸드폰을 사고 (보스코가 쓰던) 임시 핸드폰번호를 김선생에게 넣어 주고 분실신고를 하면서 충격에서 약간 벗어나는 '연옥' 여행을 한 문선생(김원장 말로는 자기 아내가 나를 만나던 순간의 표정이 마치 성모 마리아를 만나는 만큼이나 반가워하더라나), 그러다 호텔지배인에게서 잃어버린 핸드폰을 택시기사가 가져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천국'으로 승천한 문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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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는 성금요일에 시작해서 부활에 이르는 성삼일을 거쳐 한 주간에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했다는데 문정주 선생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하자마자 24시간 안에 단축마라톤으로 저 삼계(三界)를 여행했으니 그니의 이탈리아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장중한 서막을 올린 셈이다.


빵고신부를 싣고 다시 코모호 관자테 마을로 가서 빵고신부 사제관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보스코는 그랄리아에서 오늘 종일 혼자서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다 혼자서 잠자리에 들었을 자정이다. 수도신부인 작은아들 옆방에서 한번 더 잠을 잘 수 있는, 엄마로서의 엄청난 행운을 선물해준 문선생이 되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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