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4일 금요일, 맑음


아침부터 아래층에서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연이어진다. 아들을 방문한 엄마의 눈에는 뭐든지 지저분하고 어수선하고 어리숙해 보일 게다. 정옥씨는 올라올 적마다 모든 것을 털어내고 모든 것을 쓸어내고 모든 것을 빨아 넌다. 그러고서도 외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얼마 안 되어 안타까워하는 게 엄만데... 우리 두 아들이 중고등학교 다닐 적에도, 심지어 고3 때에도 보스코의 방학이면 둘이서 밥해 먹고 학교 다니라고 버려두고서 남편 따라 지리산으로 내려가 버렸으니 내가 아들들에게 엄만 계모였어.”라는 원망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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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시에 따라서 오늘 아침에 수술한 눈의 테이프를 내 손으로 뜯고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괴물의 눈이다. 으스스 하달까? 실밥을 풀고 붓기가 가라앉으면 달라지겠지만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키우시고 성형의사 날 만드시니...”라는 우스개가 씁쓸하게만 들린다. 치료수술이어서 망정이지 미용성형으로 이 수술을 했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길에서 마난 말남씨에게 내가 선글라스를 벗어 보이자 징그럽다, 어여 사라져!”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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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30분에 집을 나와 정릉길로, 북악산길로, 성북동으로, 삼청동으로, 청와대 앞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으로 해서 정옥씨에게 서울관광을 시켜주며 살레시오 수도원으로 갔다. 관구관에서 한국천주교 생활성가를 부르는 음악가들이 원선오 신부님 집전미사에 참석하고 730분부터 원신부님에게 헌정하는 음악회를 개최하는 행사가 있다. 생활성가를 작곡하고 부르는 사람들은 60년도부터 80년도에 한국에 계셨던 이탈리아인 선교사 원선오 신부님(Don Vincenzo Donati)을 한국 생활성가의 원조로 모신단다.


원신부님은 치과에서 마지막 남은 치아들을 뽑고 임시 의치를 하고 오신 터여서 몽혼주사가 덜 깨어 미사 주례를 백광현 신부님에게 맡겨 백신부님이 미사강론을 하셨다. 미사 후 수도원에서 마련한 소박한 저녁을 먹고, “천년도 당신 눈에는이라는 제목이 붙은 헌정음악회에 참석하였다. 불교신자인 정옥씨에게는 처음으로 접하는 천주교 분위기였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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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복음성가를 부르는 가수들이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지만 한결같이 원선오 신부님이 50여년 전 작곡하신 성가들을 아름답게 편곡하여 젊은이들답게”(음악회가 끝난 뒤 보스코에게 들려준 원신부님의 평이었단다) 열창하였다. “주님의 집에 가자할 제를 부를 때에 내 앞자리에 앉으신 원신부님의 옆얼굴을 보니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그분의 가슴에는 온통 아프리카의 그 불상한 아이들이 들어앉아 있어서 그 외의 것은 들어갈 자리가 없는 듯하다. 평상시 그토록 기운이 빠져 계시다가도 그 아이들 얘기만 나오면 힘을 내어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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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눈물에 담겨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한 거룩한 사랑에 깊이 감동하였다. 그리고 혈액암을 앓으면서도 아무 내색 않고 원신부님의 사업을 수단에서 돕고 있는 공수사님의 신앙고백, “나는 아프리카라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푹 빠져서 삽니다.”라는 말씀도 감동적이었다. 한국을 떠난 지 40년이 넘었으면서도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시는 공수사님이 마음으로 배운 한국말인데 제가 어떻게 잊겠어요?”라시던 말씀에도 선교사다운 사랑이 깊이 배어 있었다.


원 신부님의 대표곡인 엠마우스를 작사한 인연으로 무대에 불려나간 보스코는, 늘 미소를 짓고 계시지만 그분의 항상 눈물이 그렁그렁한 미소를 그려내고 싶어서 그 노래를 작사한 추억을 털어놓았다. 최창무 대주교님은 십여 년 전에 아스라이 서글픈 외로움을 느끼게 만드는가사요 곡이라는 평을 보스코에게 들려주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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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에는 6.25 전쟁을 겪은 한국의 젊은이들에 대한 깊은 연민으로, 그리고 지금은 30년 내전으로 시달리는 아프리카 수단의 젊은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늘상 눈물이 그렁그렁 하신 원신부님의 뜻을 돕자는 보스코의 호소도 청중을 감동시킨 듯하다.


하느님은 꿈을 꾸십니다. 그분의 꿈은 우주 창조로 이루어졌지요.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꿈을 꾸면 그 꿈을 이루어냅니다. 원선오 신부님의 '100개 마을학교', '농업학교'의 꿈을 이뤄드립시다.”는 보스코의 멘트에 이어 모든 가수들이 총출연하여 합창하였다.서산에 노을이 고우나 누리는 어둠에 잠겼사오니, 우리와 함께 주여, 드시어 이 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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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선오 신부님 작곡, 성염 작사의 "엠마우스"를 듣고 싶은 분들은...


이종철 신부님의 4부합창 편곡(기악곡):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eejah2&logNo=220105874349

신상옥의 노래:  http://www.youtube.com/watch?v=iWKXCn8oOGM)

인순이의 노래: 

http://rosario.kr/music/sh/m/isi/%EC%97%A0%EB%A7%88%EC%9A%B0%EC%8A%A4.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