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411일 금요일, 흐림


보스코는 침대에서 간간이 라틴어 명구를 읽고 감상하면서 때로는 내게 번역해서 들려주기도 한다. “천재는 누구나 광기를 띠고 있다”(세네카). 마침 어제 박웅현의 여덟 단어중 세 번째 단어 고전(古典)”에서 고흐의 그림에 관해서 읽은 터여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돈맥클린이 고흐의 삶과 예술을 추모한 노래(Starry Starry Night)를 종수씨에게서 카톡으로 받아 감상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파리 인상파 화가들의 박물관에서 관람했던  이 화가의 화려한 노랑색과 어두운 블루, 가난한 인간군상들, 광기어린 자화상들은 언제나 나를 슬프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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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듣기 http://blog.naver.com/c_18?Redirect=Log&logNo=10180658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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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내 영혼의 어둠을 이해하는 눈으로

팔레트를 블루와 회색으로 칠해요...


이젠 알겠어요

당신이 내게 전하려 했던 말

맑은 영혼을 가지려 얼마나 당신이 고통스러웠는지

그 맑은 영혼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죠 어떻게 듣는 줄 몰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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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이제민 신부님, 장용주 신부님, 이순성 신부님이 휴천재를 방문하였다. 보스코를 찾아 후배되는 사제들이 찾아온 발걸음, 한 분은 진보적 신학사상으로, 한 분은 사제단 단장으로, 한 분은 뒤늦게 수도원에 몸담은 분으로 살아온 분들이 고마워 정성껏 점심을 마련하였다. 세 분 다 독일과 벨기에에서 공부한 이들이어서 풀코스 이탈리아 요리를 맛있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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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들은 시국 이야기, 교황의 한국방문, 한반도의 장래 운명이라는 공통된 화제를 두고, 보스코의 대사시절을 두고  긴 얘기를 나누었다. 마음 통하는 이들의 향연(심포지움)은 얼마나 유쾌한 자리인가(물론 주방의 봉사가 뒷받침하는)! 오후 4시에 세 분 손님이 거제로 떠나고 보스코는 부엌의 설거지대로 들어가고, 나는 안과 진찰을 받으러 함양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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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안과 원장님은 내 수술은 잘 되었다면 서도 내가 못 미더워하니까 설명해서 안심시키느라 쩔쩔 맨다. 다촛점 렌즈를 넣을 걸 그랬다는 내 말엔 그 렌즈를 넣고서도 만족하는 사람이 절반도 못 된다고, 수술비 20만원도 마련하기 힘든 시골 헐메들에게 200만원이 넘는 다촛점 렌즈를 권하기는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하느님이 주신 두 눈조차 이제는 때가 되었으니 선명하게 보이던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내게 충고하는 셈이다. 우린 언젠가 그 눈을 영원히 닫고 다른 세계를 바라보며 눈떠야 하리라.


저녁 7, 카페 빈둥에서 공정무역 활동가 한수정씨의 강연이 있었다. “네팔에 농부가 산다는 네팔의 현장 커피농가의 얘기, “아름다운 커피의 현장개발 협력사업에 관해서 공정무역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이야기였다. 고도 1000미터가 넘는 산악지방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아야 할 그 귀한 땅에다 커피나무를 심어야 하는 사람들, 그것을 가꾸고 손질하여 그 불편한 교통편을 거쳐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경로를 보면 제3세계를 착취해온 제1세계(우리는 곁다리로 그 세계에 끼고 있는데)의 양심 있는 인간들의 각성과 노력을 요구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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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75%가 농업에 종사하고 국가 수입원의 두 번째가 이주노동자들의 송금에 의존한다는 나라, 그 가난을 짐작할 만하다. 다만 가난이 인간의 품위를 손상시킬 정도만 아니면 불편할 뿐이지 그렇게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고 그들에게서 가난을 배우고 우리의 가진 바를 나눔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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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명의 어른들, 함께 온 초딩 어린이들이 열심히 강연을 들었다. 희정씨 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백여 명 아이들이 장래 희망을 졸업앨범에 적었는데 70% 이상이 공무원을 적더라나! 어린 새싻들의 꿈이 공무원, 의사, 군인과 경찰로 그치는 나라 대한민국! 그 정신적 빈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