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3일 수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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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소성무일도를 하다보니 오늘은 마르티노 성인의 축일이다. 가톨릭신자들은 무슨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물건 둔 곳이 생각나지 않을 적에 파도바의 안토니오 성인에게 기도하거나 리마의 마르티노 성인에게 기도하는 습속이 있는데 우린 주로 마르티노 성인한테 기도한다. 찾게 해 달라고, 기억나게 해 달라고....

 

미신 같지만 잃어버린 것이 귀중할수록 찾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여 누구에게라도 함께 찾아봐 달라고 부탁할진대 돌아가신 성자(聖者)가 돕는다면 착한 신령 아니겠는가? 착한 귀신에게 “귀신 같이” 찾아달라고 부탁하여 효험을 본 일이 여러번 있다.

30여년전 로마에 살적에 다달의 생활비 일부 500불을 어디다 놓고는 못 찾아 애를 태웠는데 몇 년 후 귀국하려고 짐을 싸다가 책갈피에서 찾아내서 유용하게 사용한 적도 있다. 잃어버렸다고 잊어버리고 있던 것을 가장 절박할 임시에 찾게 해 준 셈이다. 그래서 이 성인은 멀리 페루의 리마에서 살다 죽은 성인이지만 이웃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낮 11시 못 되어 진주 환경연합 회장이 송문교 근처 공장신축부지의 공사현장을 둘러보고서 휴천재로 올라왔다.환경연합이 함께 대응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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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서강가든에 가서 먹었다. 오늘 드디어 감깎기에 돌입한 진이네 부부, 가밀라 아줌마 그리고 어제밤 진이네에서 묵고 오늘 일손을 도운 재마스님과 함께 갔다. 식사 후에는 도정으로 올라가서 감 깎는 집들을 순방하였다. 보스코의 대자 이프란치스코씨 집에 가 보니 오라버니는 높다란 의자에 올라앉아서 기계를 돌리며 감을 깎는데 퉁퉁 튀어 도망나가는 녀석들에다, 감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서 머리를 반쯤 밀고서 이발의자에서 내려오듯 덜 깎아지거나 물렁감에다 여간 작업이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소담산방"의 곶감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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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동 기계를 하나 더 구입했나본데 이레네오씨가 성능과 용법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조막만한 기계를 끌어안고 그 큰 덩치에 삽만한 손으로 이것저것을 해 보는 품이 볼만하였다. 그래도 이 집에 감이 제대로 확보되어 다행이다. 내냉고에 실어온 감이 가득하니까....

 

아리따운 도회지나라에서 살던 공주님에서 슈렉 나라의 “꼴짝공주”가 된 글라라씨는(지리산에만 함께 내려가면 공주님 모시듯 하겠다던 남편의 약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니의 친구들이 그니를 "꼴짝공주"라고 놀린단다.) 주부습진에도 불구하고 전력투구하고 있었다. 보조인력으로 차출된 여동생은 오늘밤에 온단다. 정말 이 집은 “가족형 곶감기업”이다. 어머니는 발을 다치셨는지 깁스를 한 채로 돌아다니시고... 또 다리를 다쳐 여러달째 깁스를 하고 있는 개가 신경이 곤두선 마당에 아들 개가 곁에 와서 까불다 물려 깨갱거리고.... 어수선한 게 특징인 이 집에서도 좀 더디긴 하지만 곶감작업은 정상가동되고 있었다. 

 

"꼴짝공주" 글라라                                                     "오라버니" 전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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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기사" 이레네오                           소담산방 회장님[좌]과  사장님[우]의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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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다 스테파노씨 집에 들렀다. 응달이라 제법 날씨가 찬데 굴뚝에서 장작 때는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게 퍽 낭만적이다. 스.선생이 기계를 직접 돌리고, 딴 사람이 잔손질을 하고, 체칠리아씨가 중무장 복장을 하고서 플라스틱 꼭지를 끼우면 삼촌이 가져다 덕장에 거는 작업이었다. 친정어머니는 부엌에서 밥을 하고 계시고... 이 집도 “가족형 곶감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솔바위"  곶감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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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 아주머니 한 분이 혼자서 열심히 칼질을 하는데 무척 솜씨가 빨랐다. "솔바위"에서는 하루 20접 정도의 공정이라니 진이네 30접에 비하면 뒤지지만 작년에 비해서 훨씬 매끄럽게 공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역시 "꼴짝공주"가 된 이 체칠리아                        사장 스.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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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의 도우미 아줌마                                오늘은 "삼촌"의 일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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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네 덕장에서는 소리소문 없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밀라 아줌마가 능숙하게 꼭지를 돌리면 진이엄마가 반자동으로 깔끔하게 껍질을 돌려 옆에 놓인 상자에 담고, 승강기로 이층에 올려 꼭지걸이를 끼우고 감을 다는 일은 진이아빠의 몫이 된다. 손발이 척척 맞는데. 여러 해째 하는 노하우가 쌓인 덕분이리라. 사람 셋이 하는데도 하루에 30접 내지 35접을 해낸단다.

 

전직교수 보스코의 말처럼, 오늘 첫날 집집의 가동상태에 학점을 준다면 진이네가 A+, 스테파노씨네가 A°, 이기자네는 아직 A- 라고 할 만하단다. 그래도 모두 다 A학점이다.

 

"솔바위" 저녁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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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저녁을 준비하였다. 하루 종일 간식할 틈도 없이 바삐 일한 사람들을 생각해서.... 저녁상에는 진이네 부부, 가밀라 아줌마, 우리 부부가 둘러 앉았다. 내가 휴천재에 있는 동안에는 이 집 일꾼들에게 저녁이라도 차려 주기로 했다. 점심은 서강가든에서 해결한단다. 가밀라 아줌마는 집에 안 가고 야간작업까지 하였다. 저녁 열시가 넘었는데도 진이네 감동에는 아직도 불이 환하게 켜 있다. 풀 가동 중인 "송지농원" 곶감공장이다.